작년에 무삭제판으로 봤던 [베티블루 37˚2]은 만들어진지 꽤 된 것 임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상당한 충격적인 영화였죠. 유명한 작품인 탓도 있지만 순전히 장 위그 앙글라드 때문에 봤던 저로써는 베아트 리체 달의 베티가 쇼크 그 자체였습니다. 뭔지 모를 불안정함과 폭 발할 것처럼 위태 위태한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영화를 보 는 저조차 상당히 지치게 만들 정도로 힘있는 연기였거든요.
[베티블루 37˚2]에서 모티브만 따왔던지 어쨌든지 간에 [그녀에게 잠들다]는 여자 주인공인 김태연에게 마이너스가 될 게 분명해 보입 니다. [베티블루 37˚2]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녀에게 잠들 다]의 수빈을 보며 베티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요. 아 무래도 김태연은 [베티블루 37˚2]를 안 보고 [그녀에게 잠들다]에 참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베티를 먼저 봤다면 겁이 나서라 도 수빈에 도전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주변마저 태울 듯한 광기로 너울대던 베티에 비해 수빈의 불안정함은 막나가는 젊은 여자애의 악다구니로만 보이고 있었거든요. 감당할 능력이 안 되면서 이 영화 를 택한 김태연의 용기를 칭찬해야 하는 걸까요? 김태연의 연기보 다야 이주현의 연기가 훨씬 좋더군요.......-_-;;;
저야... 뭐... 워낙 [베티블루 37˚2]를 인상 깊게 봐서 그렇다 쳐도 이 영화를 안 봤다는 사람에게조차도 [그녀에게 잠들다]는 전혀 어 필을 못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였습니다. 스크린 속에 배우들은 진지한데 관객은 웃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건 감독의 탓입니다. 주 역은 주역대로 조연은 조연대로 다 흩어져서 전혀 조율이 안 되고 있더군요. 찍다가 사고가 난 탓이란 걸 이해하지만, 가장 중요한 연 결고리인 수빈이 폐선에 불지르는 씬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수빈과 재모의 바닷가 생활과 도시 생활은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채 서로 따로 굴러가면서 관객을 헷갈리게 만들더군요. 게다가 연예프 로그램에서 보여 주었던 라스트씬 촬영 장면과는 전혀 달라진 라스 트 씬은 뭔가 밋밋한 느낌을 주더군요.
배우와 감독 모두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말 그대로 모티브만 따왔다고 우기고 싶었다면 차라리 완전히 뜯어 고쳐서 우리 관객이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으 면 훨씬 나은 영화가 됐을텐데 아쉽더군요. 후반부에 수빈의 동생이 병원에 와서 배경 설명하듯 하는 독백은 ‘그랬었구나.’라는 납득보다 판 다 끝난 뒤에 뒷북치는 걸로 밖에 안 들렸습니다. 게다가 영화 속의 20대들은 모두 덜 자란 10대같은 느낌만 던져주거든요. 광기 와 사이코는 비슷하게 보이면서도 상당히 어감이 틀린 단어입니다. [그녀에게 잠들다]는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