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이었던가...?! <큐브>를 보면서 상당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그 이전까지 보여준 스릴러와는 다른 소재와 독특한 면이 참으로 괜찮았다. 그래서 이번 <큐브2>를 독창적인 면에서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의 전체적인 면에서는 기대를 안 했었다. 4차원의 큐브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하고 관람을 했는데, 99년 작 <큐브>보다 더 복잡하고 난해해졌을 뿐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머리가 나빠서일지 몰라도) 무리수가 따른다.
99년 작 <큐브>에서는 '왜...?!' 라는 것을 철저히 배제시켰다. 그들이 무슨 이유로 큐브 속으로 들어왔고, 어떻게 들어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큐브2>에서는 그들이 어떤 연관성이 있어서 들어왔는지는 살짝 보여준다. 그리고 더 거대해지고, 더 난폭(?)해진 큐브를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힘을 합쳐서 벗어날 궁리를 하기는커녕 자기네들끼리 상처를 주고받을 뿐이다. (인간들은 모이기만 하면 다 그런가 보다.) 그러던 중 영화는 어느 순간부터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큐브 속의 거대한 비밀이 조금씩 파헤쳐져야 할 부분인데도 점점 더 복잡 난해해질 뿐이다. 그래서 모든걸 포기하고 60659라는 숫자의 비밀만 드러나길 기다렸다. 그런데 그 숫자마저 완전히 실망시키고 말았다. 정말로 그 숫자가 그런 의미일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 완전히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반전이 놀라워서 하는 말이 아니란 것은 다 알 것이다.
<큐브2>는 또 3편을 예고하고 있다. 솔직히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3편에서는 큐브의 특성만을 고려하지 않은 스릴러 적 요소가 더 풍부히 더 포괄적으로 내포되어있길 바랄 뿐이다. 만약에 5차원적인 큐브를 가지고 등장을 한다면 과연 어떻게 표현을 했을지 사뭇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4차원도 버겁게 느껴졌기에 다시 3차원으로 돌아가 좀더 철저히 사실적으로 탄생시켜봤으면 한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큐브 자체가 주는 공포와 그런 것들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만이 아닌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좀더 확실하게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의미가 애매 모호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완전히 수긍할 만큼 충분한 설득력을 지녀야 영화 자체의 흥행은 물론이거니와 감독을 흠모하는 매니아들이 생겨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거대한 큐브 속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고, 왜 나오게 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 같이 큐브 속에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존재한다. 그리고 큐브 밖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곳으로 향해가길 바라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 그 안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안간힘을 쓰고 버티고 있지만, 주고받는 갈등 역시 적지 않다. 우리의 삶도 똑같다. 더 낳은 삶을 추구하고자 오늘도 바둥바둥 애쓰며 살고 있지만, 세상은 우리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자신의 사소할 수도 있는 이익 때문에 서로에게 불행을 안겨주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60659라는 숫자의 의미는 혹시 지구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을까...?!